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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고이는 이야기

요람기, 오영수

by 심홉 2014. 3. 26.

바람 한 점 없이 쨍쨍한 대낮, 원두막 너머로는 일쑤 뭉게구름이 솟아올랐다. 이런 날은 또 소나기가 오게 마련이었다. 
장독때 옆 감나무 밑에 두어 평 가량의 평상이 놓여 있었다. 여름 한낮, 그늘이 짙은 이 평상에 누워 매미 소리를 듣는 것이 퍽도 즐겁고 시원했다. 
'지이지이' 우는 왕매미, '새에릉새에릉' 우는 참매미, '시옷시오옷' 우는 무당매미, '맴맴맴맴부랑' 하고 끝을 맺는 무슨 매미, ……. 
이런 때 누나는 수틀을 받쳐 들고 송학(松鶴)에 달을 놓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 산그늘이 먼저 내려왔다. 
벼포기에 물방울이 맺히고 모깃불 타는 향긋한 풀 냄새에 쫓기듯 반딧불이 날았다. 
"누나." 
"응?" 
"박꽃은 왜 밤에만 피지?" 
"낮에는 부끄러워서 그런대." 
"왜, 뭐가 부끄러워?" 
"건 나도 몰라." 
"……누나." 
"응?" 
"별똥, 참말 맛있나?" 
"그렇대." 
"먹어 봤나?" 
"아니." 
"우리 집에 별똥 하나 떨어지면 좋겠지?" 
"별똥은 이런 집에는 안 떨어진대." 
"왜?" 
"몰라. 먼 먼 산 너머 아무도 못 가는 그런 데만 떨어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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