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 요람기, 오영수 바람 한 점 없이 쨍쨍한 대낮, 원두막 너머로는 일쑤 뭉게구름이 솟아올랐다. 이런 날은 또 소나기가 오게 마련이었다. 장독때 옆 감나무 밑에 두어 평 가량의 평상이 놓여 있었다. 여름 한낮, 그늘이 짙은 이 평상에 누워 매미 소리를 듣는 것이 퍽도 즐겁고 시원했다. '지이지이' 우는 왕매미, '새에릉새에릉' 우는 참매미, '시옷시오옷' 우는 무당매미, '맴맴맴맴부랑' 하고 끝을 맺는 무슨 매미, ……. 이런 때 누나는 수틀을 받쳐 들고 송학(松鶴)에 달을 놓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에 산그늘이 먼저 내려왔다. 벼포기에 물방울이 맺히고 모깃불 타는 향긋한 풀 냄새에 쫓기듯 반딧불이 날았다. "누나." "응?" "박꽃은 왜 밤에만 피지?" "낮에는 부끄러워서 그런대." "왜, 뭐가 부끄러워?" "건 나도 몰.. 2014. 3. 2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