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2006년 대중음악계 주요 이슈로는 ‘음반시장의 초토화’와 ‘가수들의 디지털싱글(*1)로의 전환 가속화’를 꼽기도 하는데, 이는 주류 음반기획사와 주류 음악(방송)매체의 동반침몰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다음과 같은 글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대중음악산업의 극적인 팽창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음악의 질적인 발전과 수용자 층의 확대에 기반 한 것이었다. 이 때 양질의 대중음악이 양산되면서 팝송세대를 가요세대로 전환시킨 바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중후반부터 십대의 구매력과 영향력을 인식한 기획자들이 단기 기획상품들을 쏟아내고 주류 매체들이 호응하면서 음악시장과 방송은 십대를 타겟으로 한 특정 타입의 음악으로 전면 개편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성공 이후 아이돌스타 양성시스템이 집중적으로 시도되고 시장이 십대중심시장으로 전환된 결과이다. 그러한 시스템이 정례화 된 2000년대에 들어서자 연예산업과 방송권력의 결탁이 더욱 강화되어 ‘방송용 아이돌스타’들만이 주로 활동하게 되었고, 그 결과 특정 세대를 제외한 다수 음악수용자들이 대중음악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진지한 음악인들의 통로와 활동영역은 좁아져 음악적 수혈이 차단되었고, 주류 대중음악의 질적 하락과 획일화는 고정적인 음반구매자인 음악마니아들로 하여금 음반시장으로부터 떠나게 했다. 결국 대중음악계는 다양성을 상실하였고, 음악인들의 창작여건은 악화되었으며, 새로운 매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십대마저 음반시장에서 이탈하자 호황은 자기복제가 초래한 암흑기로 접어들고 말았다.”(나도원)
현재 대중음악시장의 ‘다양성 상실’과 음악인들의 ‘창작여건 악화’는 예술로서의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대중음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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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싱글 :
디지털 싱글(앨범)은 노래 및 반주 음악, 가사, 가수 사진, 스크린 세이버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발매되는 디지털 음악 ‘유통방식’이다. 아직까지는 오프라인 앨범 발매 계획이 완전히 배제된 기획은 아니지만 향후 온라인으로만 신곡을 판매하는 방식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즉, ‘음반 없는 온라인 음악시장’을 의미한다. 이는 CD로 발매된 음반을 2차 유통채널인 유무선 서비스에 맞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새로운 유통, 미디어 채널로 자리매김한 온라인과 모바일을 차세대의 ‘1차 유통채널’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제 CD의 시대는 가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기도 한다.
Ⅱ. 음악산업 현황
음악산업이라 함은 음반, 공연, 작곡, 출판, 저작권 관리,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와 방송, 광고, 영화 등의 영상물에 삽입되는 음악 등 아티스트와 음원을 활용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산업을 일컫는다. 즉, 음악산업은 음반산업을 주축으로 공연산업, 악기제조업, 악보출판업 등 전통적 음악산업 뿐만 아니라 TV, 라디오 등 방송미디어나 영화의 삽입음악, 핸드폰벨소리 등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협의의 범위로는 “전통적인 음악산업의 개념으로서 음악의 기획, 제작, 유통 및 배급, 마케팅 등에 관련된 산업을 지칭”하고, 광의의 범위로는 “협의의 범위를 포함한 음악 교육 및 악기제조 관련업, 음악제작 관련업, 매니지먼트 관련업, 오프라인 유통 관련업, 디지털음악 유통 관련업, 노래연습장 관련업, 음악공연 관련업 등을 포함”한다. 그러면 한국 음악산업의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음반시장
음반시장은 음원시장이 대두되기 전까지는 음악산업을 지칭하는 동일 개념으로 보았으며, 음악산업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분야였다. LP, CD, 카세트테이프와 같은 음반의 제작, 배급, 출판, 유통과 관련된 산업을 총칭한다. 1996년 4,000억원 시장규모를 형성한 이후 2000년까지 제자리걸음을 하였고, 200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여 2006년에는 1,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온라인을 통한 음원 불법유통과 함께 비주류 뮤지션들의 활동기반이 취약함으로써 벌어지는 ‘음악적인 다양성 상실’을 꼽기도 한다.
한국음악산업협회에서 발표한 ‘2006년 국내 대중음악음반 판매량 집계’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남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 동방신기가 2006년 가요 총결산 음반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3집 앨범 <오-정반합>으로 34만 9317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2위는 31만 6927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SG워너비가 차지했으며, 21만 5641장을 판매한 신화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1만 2191장을 판매한 이수영이 여성 가수로는 유일하게 10위권 안에 들어가 있다. 20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가수는 이와 같이 총4팀에 불과하고, 10대 팬들을 겨냥한 기획그룹 정도만이 가요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2. 음원시장
음원시장은 2000년대에 생긴 신규시장으로 기존 음원들을 이용해서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음반사들은 저작인접권에서 복제권 행사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통신사업자들은 모바일에서 관련 수수료를 징수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기존 오프라인 음반시장의 규모를 넘어서서 음악산업 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2006년에는 온라인시장 규모가 3430억원으로 불황인 오프라인시장의 3배를 넘어 섰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음반을 내기 전에 디지털싱글을 미리 내는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가수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 음악시장은 표면적으로 MP3 불법복제 및 다운로드 등과 같은 문제 때문에 성장의 한계에 부닥쳤으나 최근 대기업들이 잇따라 투자에 나서고 있고, 음악사이트들이 코스닥에 상장되는 등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2006년에는 음원 관련 업체들의 M&A가 활발했는데, SK텔레콤의 오차드 인수, CJ뮤직의 맥스MP3 인수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가장 최근에는 P2P업체인 소리바다가 음원 대리중개업체인 만인에미디어를 인수했다.
모바일 음악시장이 확대되면서 콘텐츠 공급업자와 이동통신사 간의 수익배분 문제가 확대되면서 음원공급중단 파문도 있었다. 음원에 대한 수익성이 높아지자 300여개 음반제작사가 소속된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모바일 음원수익 분배 비율을 올려 달라”며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와 협상을 벌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P2P업체의 유료화가 잇달았는데, 음원권리자들의 강력한 P2P유료화 요구에 브이쉐어, 파일구리, 소리바다 등 P2P서비스 업체들이 유료화를 단행했다.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연동 작업도 이루어졌는데, SK텔레콤은 위즈맥스와 DRM 연동 계약을 맺고 EXIM(Export/Import)를 활용한 DRM 연동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 간과되고 있는 문제는 음반제작자(음원소유자)의 권리와 음원을 이용하는 사람들(통신사업자 등)의 사업 부분만 중시되고 있어 정작 뮤지션(창작자)들의 권리 부분은 소외된다는 점이다. 향후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음반제작자의 음원수익 분배 비율 재조정과 함께 뮤지션들의 적절한 수입 배분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3. 공연시장
뮤지션에게 중요한 수입원 2가지는 음반판매인세와 공연수입이다. 현재처럼 음반산업이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는 공연은 뮤지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공연시장은 장기간 침체상태이다. 전국에 산재한 문화공간 중에서 이렇다 할만한 전문공연장이 없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이고, 그나마 벌어지는 음악공연도 10대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아이돌스타 공연이거나 30~40대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7080류의 공연으로 양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Ⅲ. 2006년의 주목할만한 앨범
대중음악비평웹진 ‘가슴’(http://woodwolf.cafe24.com)에서는 2006년 12월말에 자체적으로 ‘2006 가슴어워드’를 진행했다. 여기에서는 2006년의 주목할만한 음반들을 선정했고 그 목록의 일부가 아래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일간지 몇몇 곳에서도 연말에 음악전문가들을 대상으로 2006년의 주목할만한 음반들을 선정했는데 그 목록의 일부도 역시 아래에 포함되어 있다. (가나다순)
* 고찬용 <After 10 Years Absence>(2006/고찬용)
* 금요일 오후 <1st Single Album>(2006/Wasp Entertainment)
* 긱스(The Geeks) <Seoul Straight Edge>(2006/Townhall Records)
* 넬(Nell) <Healing Process>(2006/Woollim Entertainment)
* 노이즈캣(Noisecat) <Morning Lights>(2006/Lollipop Muisc)
* 뜨거운 감자 <연기>(2006/서울음반)
* 라임어택 & 마일드 비츠(Rhyme-A- & Mild Beats) <Message From Underground 2006>(2006/신의의지&Big Deal)
* 마이 언트 매리(My Aunt Mary) <Drift>(2006/Fluxus Music)
* 머스탱스(The Mustangs) <The Mustangs>(2006/Beatball Music)
* 메쏘드(Mothod) <Survival ov The Fittest>(2006/에온아트웍&이볼류션뮤직)
* 멜로우이어(Mellowyear) <The Vane>(2006/Lollipop Muisc)
* 모그(Mowg) <Journal>(2006/EST Media)
* 봄여름가을겨울 <Oh! Happy Day! Live Album 06>(2006/봄여름가을겨울 엔터테인먼트)
* 분노폭발(Unleashed Anger) <Straight Forward>(2006/Townhall Records)
* 불싸조 <너희가 재앙을 만날 때에 내가 웃을 것이며, 너희에게 두려움이 임할 때에 내가 비웃으리라>(2006/Pastel Music)
* 서영도 트리오 <Circle>(2006/서영도)
* 석 스터프(Suck Stuff) <City Rebels>(2006/Skunk Production)
* 세임 올드 스토리(Same Old Story) <Same Old Story>(2006/Dope Entertainment)
* 센티멘탈 리즌(Sentimental Reason) <Reason Ave.>(2006/Hand Made Music)
*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입술이 달빛>(2006/Pastel Music)
* 송영주 <Journey>(2006/Stomp Music)
* 스타보우(Starbow) <Starbow>(2006/풀로엮은집)
* 스트라이커스(The Strikers) <Untouchable Territories>(2006/Dope Entertainment)
* 시안(Sian) <Life On The Ordinary Street>(2006/G-Temple Records)
* 어른아이 <B TL B TL>(2006/Pastel Music)
* 엄정화 <Prestige>(2006/Trifecta)
* 에레나(Elena) <Say Hello To Every Summer>(2006/석기시대)
* 여진 <In Gray>(2006/Audioguy)
*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2006/Pastel Music)
* 이그니토(Ignito) <Demolish>(2006/Big Deal Records)
* 이루펀트(Eluphant) <Eluphant Bakery>(2006/Soul Company)
* 이승철 <Reflection Of Sound>(2006/Rui-Entertainment)
* 이지형 <Radio Dayz>(2006/Barista Music)
* 임정희 <Thanks>(2006/Big Hit Entertainment)
* 전제덕 <What Is Cool Change>(2006/Music Nine)
* 카카키오(Kakakio) <Planet Kakakio>(2006/Kakakio)
* 코코어(Cocore) <Fire, Dance With Me>(2006/Ssamnet)
* 콰이엇(The Quiett) <Q Train>(2006/Soul Company)
* 패닉(Panic) <Panic 04>(2005/Farm Entertainment)
* 프라이머리 스쿨(Primary Skool) <Step Under The Metro>(2006/Tyle Music)
* 플라스틱 피플(Plastic People) <Folk, Ya!>(2006/Electric Muse)
* 피들밤비 <밤비록스>(2005/Beatball Music)
* 하도 <우리의 6구역>(2006/Tune Table Movement)
* 한대수 <욕망 Urge>(2006/서울음반)
* 한대수&도올 <한대수 도올 광주라이브>(2006/서울음반)
* 할로우 잰(Hollow Jan) <Rough Draft In Progress>(2006/Dope Entertainment)
*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 <Huckleberry Finn - EP>(2006/Sha Label)
* 헤리티지(Heritage) <Acoustic & Vintage>(2006/Staravenue)
* 13 Steps <The Curse Upon Liars>(2006/Dream On)
* I Love JH <I Love JH>(2006/Espousal Records)
* V.A. <2006 Skunk Compilation - Strike! Strike! Strike!>(2006/Skunk Production)
* V.A. <Siamese Flowers - The Story Of Pastel & Robot!>(2006/Robot! Records/Pastel Music)
Ⅳ. 2006년의 논점
1. 한국 인디뮤직 10년 (1996년 ~ 2006년) (*2)
한국 대중음악사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음악창작’과 ‘싱어송라이터’의 의미를 되새긴 1968년 한대수, 신중현 활동 이후의 음악창작적인 관점에서의 대중음악씬을 생각한다면 올해 반드시 짚고 넘어갔어야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10년의 역사를 맞이한 한국 인디뮤직씬을 살펴보고 조명해주는 일이었다. 이는 음악관련 매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발굴과 재평가’라는 소임을 잊어먹지 않는 한, 음악마니아들이 ‘작품으로서의 음반’ 듣기를 한국에서 포기한지 않는 한 인디뮤직씬과 인디뮤지션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불과 10년 밖에 안 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인디씬의 탄생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인디를 아직도 ‘예술적인 실험’을 하기 위해서 조직한 시스템으로 보거나, 주류 사회나 음악씬에 대한 반항 행위 정도로 보거나, 주류 음악씬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열심히 기량을 연마하는 사람들의 대기소 구실을 하는 곳으로 보는 등 전혀 본질과는 무관한 얘기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이게 어찌된 일인지 인디씬의 모습으로 정형화된 느낌이다. 이렇게 초기에 주로 중앙의 매체에 의해서 만들어진 부적절한 이미지들은 현재 인디씬의 모습으로 재생산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 시기라고 일컬어지던 80년대 중반~후반(*3)을 거쳐서 90년대 초반 서태지 데뷔 이후의 대중음악 기획/제작/유통 시스템의 변화를 정확히 지켜본 이들이라면 이 상황에서 인디뮤직씬이 탄생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인디씬의 탄생과정을 보면 1994년 라이브클럽 ‘드럭’의 시작과 1995년 여기서의 커트 코베인 1주기 추모공연, 1996년 스트리트펑크쇼(홍대 주차장거리, 명동 상업은행 앞)에서의 펑크밴드들과 팬들이 어우러진 난장이 중앙의 매체에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 아마추어리즘, 대안, 저항, 젊음, 폭발 등등의 단어들로 대표되는 씬으로 비춰졌다. 하지만 초기에 중앙의 매체들로부터 받은 그러한 이미지들이 결과적으로는 ‘한국 음악창작자의 역사’ 안에서 조망해야 마땅한 인디뮤직씬을 이벤트화 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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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 인디뮤직 10년 (1996년 ~ 2006년)
첫 번째 인디음반인 [Our Nation](1996/드럭)으로부터 따져서 2006년 ‘한국 인디뮤직 10년’의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다.
(*3) 80년대 중반~후반 :
한국에서 80년대 중후반은 1984년 따로 또 같이 2집, 1985년 들국화 1집, 1986년 어떤날 1집, 시인과촌장 2집을 시작으로 음악창작, 녹음기술, 세션 등에서 한 단계 진일보했던 시기이다. 영미권의 대중음악씬처럼 ‘작품으로서의 앨범’이 인지되기 시작했던 시기였고, 특히 ‘반주’와 ‘세션’의 차이점, ‘가수’와 ‘보컬리스트’의 차이점이 인식되는 시기였다. 또한 지금 생각했을 때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앨범들이 십만장 단위로 팔렸다는 점이다.
2. 연말가요시상식
현재 세계 대중음악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해마다 거대해진 음악산업에 걸맞은 다양한 음악시상식을 실시한다. 그리고 이것은 ‘음반을 위한 시상식’이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그래미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를 비롯해 잡지 차트에 뿌리를 둔 빌보드 어워드, 뮤직비디오로 음악산업에 새 가능성을 던져준 MTV 어워드 등이 연중 내내 열리고 있다. 이 시상식들은 1년을 결산하는 음악인들만의 잔치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는 음반 구매가이드로써, 음반회사에 있어서는 홍보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능을 갖는 권위 있는 음악시상식은 현재 한국에는 없는 상태이다. 가장 거대한 형태로 거행되어 온 것이 공중파3사가 각기 주최가 된 연말가요시상식이었는데, 현재는 SBS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SBS는 ‘2006 SBS 가요대전’ 형태로 시상식을 거행했고, 동방신기가 대상을 차지했다.(*4)
KBS는 “최근 시상식의 폐지논의가 제기돼 예능팀 차원에서 회의를 거친 결과 2006 가요대상을 폐지키로 결정했다. 대신 한해 가요계를 결산하는 프로그램은 준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KBS의 이 같은 결정은 방송사 안팎에서 가요 시상식이 지나치게 많아진 데다 수상자의 공정성시비에 휘말려 시상식으로서 권위를 상실한 데 따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MB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요시상식을 폐지하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를 마련했다. 비, 세븐, 이효리, 싸이 등 인기가수들이 연말 공연 스케줄과 겹쳤다며 시상식 출연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MBC는 지난해에도 ‘10대 가수 가요제’ 행사를 계획했다가 일부 가수들의 불참으로 ‘가요대제전’으로 바꿨었다. MBC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연말에 순위를 뽑아 가수왕을 선발하는 시상식을 원치 않는 것 같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최근 들어 대형 기획사의 힘을 등에 업은 톱스타들의 권력이 거대화되고, 한류스타들이 좁은 국내무대를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로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더 이상 대중적 인기를 국내 방송사 중심의 활동에 기대지 않게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는 별도로 3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국대중음악상’이란 시상식이 있다. ‘음악을 중심에 놓는 대안적 시상식’이란 모토를 갖고 있는 이 시상식은 2004년 3월에 첫 번째 시상식을 개최했고, 2007년 3월초에 4회 시상식을 열 예정이다. 대안적인 음악시상식을 모색해야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좋은 음악을 대중에게 알리고, 음악인 스스로가 수상에 자부심을 느끼며 힘을 얻을 수 있고, 그럼으로써 양질의 음악콘텐츠를 제공하여 침체된 대중음악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악과 문화를 오로지 상품적 가치로만 재단하는 천박함에서 벗어나 대중을 위무하는 스타들과 음악을 창작하는 뮤지션들이 공존하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이 함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음악수용자들의 신뢰와 애정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음악시상식은 바로 이 지점에 그 의의를 두어야 한다.”(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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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방신기는 2006년에 거행된 여타 연말 시상식들의 주요 부분을 독식했다. ‘SBS 가요대전’ 뿐만 아니라 ‘Mnet KM 뮤직페스티벌’(MKMF)과 ‘서울가요대상’,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도 대상을 차지했다.
Ⅴ. 2006년의 이슈
1. 가요사전심의철폐 10주년과 정태춘
혹시 그간 우리는 정태춘을 잊고 지내지는 않았는가? 90년대 중반 ‘가요사전심의철폐’를 이끌어 낸 바로 그 분 말이다. 올해는 1996년 6월 7일로부터 10주년을 맞았다. ‘한국인디음악 10년’ 또한 많은 부분을 정태춘에게 빚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 신중현 은퇴
흔히 ‘한국록의 대부’로 불리는 신중현은 2006년 12월 17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마지막 은퇴공연 ‘내 기타는 잠들지 않는다’를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7월 인천을 시작으로 9월 대구, 10월 제주, 12월 초 광주로 이어지던 그의 은퇴공연은 이제 완전히 끝이 난 것이다. 이는 한국록의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의미한다. 아쉬운 점은 여태까지 그가 ‘록의 대부’ 또는 ‘뛰어난 록기타리스트’로만 과도하게 평가받은 점이다. 사실 신중현이 한국대중음악사에서 갖는 진정으로 중요한 의미는 ‘한국 음악창작자의 역사에서의 시작점’이다. 영미권에서 뮤지션을 평가할 때는 그가 발표한 ‘앨범’(작품으로서의 음반)들을 가지고 얘기하고, 그래서 ‘앨범’의 예술성으로 그를 평가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서 단순 음반이 아니라 앨범을 발표하는지 여부로 ‘아티스트’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60년대에 한국 최초의 록음악 음반이자 록 창작곡들이 실린 음반인 에드 훠(Add 4)의 [빗속의 여인](1964/엘케엘레코드)으로부터 시작해서 블루즈 테트(Blooz Tet) 1집(1967/성음제작소), 덩키스(Donkeys) 1집(1969/신향음반)까지 이어지는 ‘앨범’ 개념의 음반들을 발표한 신중현은 영미권의 대중음악 개념으로 보았을 때 ‘국내 대중음악 아티스트 1호’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대중음악에서 아티스트는 ‘앨범 아티스트’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3. 한국 음악계와 철학계의 두 거장 한대수와 김용옥의 합동 콘서트
<한대수 도올 광주라이브>를 들으면서, 특히 ‘청춘과 락’ ‘도올(한대수 성장과정 이야기)’ ‘도올과 한대수의 이바구’ 그리고 ‘No Religion’ 소개 멘트를 들으면서 도올은 한국의 어떤 음악평론가도 하기 힘든 일을 한대수에게 해주었다는 생각이다. 한대수가 평민에서 귀족으로 갑자기 격상된 느낌은 있지만, 한대수를 일반에게 가장 쉬운 언어로 소개했다는 측면에서는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4. 대중음악전문축제의 시작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대중음악전문축제가 시작되었다. 영미권의 당대 뮤지션들이 참여한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7월에 있었고, ‘한국 음악창작자의 역사’를 프로그램화 시킨 광명 ‘광명음악밸리축제’가 9월에 있었고, 같은 시기에 재즈전문축제인 가평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열렸다.
5. 온라인 음악사이트 이용 증가와 순위 변동
상반기에는 디지털 음악시장과 관련한 여러 권리자들 간의 줄다리기로 2003년 이후 하락세를 걸어왔던 온라인 음악사이트들이 P2P 서비스업체 소리바다를 선두로 방문자 수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하반기에는 소리바다의 유료화, 엠넷과 맥스MP3 통합 등의 이슈로 온라인 음악사이트 1위 신경전이 뜨거웠다.
6. 이동통신사 음악콘텐츠사업 진출
SKT는 올해 초 YBM서울음반 지분 60%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음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어서 가요계에서도 입김을 강하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온라인 음악시장에서 SKT, LGT, KTF 등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이 가열화 될 전망이다. ‘멜론’(SKT) ‘뮤직온’(LGT) ‘도시락’(KTF)을 각각 오픈한 이동통신사들은 지난해 수백만곡의 음원을 확보, 2007년엔 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7. 가수들의 해외진출
가수 비가 지난 2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아시아 가수론 처음으로 콘서트를 열어 한류 진출의 가능성은 확인했다. 비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2006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븐 역시 ‘2006 MTV 아시아 뮤직어워즈’에서 ‘최고 인기 한국가수상’을 수상했고, 동방신기는 태국 채널V 뮤직비디오 부문 2관왕에 올랐다. 일본에서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보아를 비롯해 세븐, 장나라, 동방신기, 윤아, 파란, 신화, 클래지콰이 등 여러 가수들이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8.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
가수들의 드라마 진출이 눈에 띈다. 비, 에릭을 비롯해 윤은혜, 정려원, 성유리, 신지 등이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세븐도 이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가수와 연기자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는 데는 어려운 가요계 현실과 거대 매니지먼트사들의 등장에 따른 ‘원소스 멀티유스’ 전략 등이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음반기획사가 관계사를 인수합병하거나 드라마 제작으로 영역을 넓힌 결과이기도 하다.
9. 표절논란
이효리의 댄스곡 ‘겟차(Get Ya)’가 미국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싱(Do Something)’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중음악계의 샘플링과 모티브 가져오기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이승기의 ‘가면’은 미국 록밴드 마룬5의 ‘디스 러브’를, 이승철의 ‘소리쳐’가 가레스 게이츠의 ‘리슨 투 마이 하트’를 표절했다는 시비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끊이질 않았다.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는 모던록 그룹 ‘더더’의 ‘이츠 유’를 표절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10. 가수협회 45년 만에 부활
사단법인 대한가수협회가 지난 5월 창립총회를 가진 뒤 9월 29일 문화관광부로부터 사단법인으로 공식 인가를 받았다. 지난 1957년 설립된 바 있는 가수협회는 1961년 박정희 정권의 대중예술인 통제책의 일환으로 연예협회 산하 5개 분과 중 하나인 가수 분과위원회로 위상이 격하된 바 있으며, 이번에 45년 만에 사단법인의 형태로 부활하게 됐다.
Ⅵ. 결론
1. 음반산업이 몰락할 수 밖에 없는 환경
1992년 서태지 데뷔 이래로 한국의 대중음악 기획/제작/유통(방송 포함) 시스템은 철저히 아이돌스타 양산 체제로 바뀌었다. 이는 뮤직비지니스 측면에서 본다면 스타를 이용해서 경영상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의 반영이고, 다원화된 매체 환경에서 단기간에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티스트들이 발을 붙일 수 없는 환경이 되면서 ‘작품으로서의 앨범’을 주류음악 시스템에서 발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고, 이는 이후 10년만에 ‘음반시장 붕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서 지적하는 것은 ‘아이돌스타 양산 체제’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형적으로 편향된 주류음악의 시장점유율과 이를 끊임없이 조장했던(사실상 조장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매체들, 그리고 이를 수수방관했던 음악산업계의 인사들과 정책담당자들이다. 시장에 편향된 상품들만 존재한다는 것은 시장에 진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극도로 제한해서 결국 ‘게토화’된 영역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시장붕괴를 이끄는 데, 이를 정말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그래서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음반소비시장에 20대 이상이 떠나면서 10대들만 남은 것이고, 그나마 이들마저 인터넷과 모바일 매체 환경을 맞아서 소비성향이 바뀌니까 음반시장 규모가 90년대 말의 25%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 아니었겠는가.
또한 주류음반업계의 결정적인 패착은 90년대 말의 10대 소비자들을 ‘음악소비자’로 착각했다는 점이다. 잘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이들은 근본적으로 음악소비자들이 아니다. 이들에게 음반구매는 아이돌스타 화보집 구입과 다를 바가 없었고, 음악감상이란 것도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의 것으로만 지극히 한정되어서 해당 아이돌스타의 수명소진과 함께 음악소비자 군에서 이탈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이들은 음반시장에서 ‘뜨내기손님’ 정도였다는 것이다. 음반시장에서의 ‘진정한 손님’은 흔히 얘기하는 음악마니아 부류인데, 90년대 이후 이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도록 수수방관했던 점은 음반업계 사람들의 치명적인 실수이다.
※ (*5) 파리 날리는 음악시장 "디지털만 잘 나가요"(디지털타임스 2006-10-16)
‘46년 영욕’ 美 타워레코드, 결국 청산 결정(OSEN 2006-10-08)
2. 음반산업 몰락에 대한 원인분석에서 자가당착적인 해석의 위험성
2000년대에 벌어진 전세계 음악산업의 변화와 위기 현상을 다룬 기사들 중에서 한국음악산업과 관련해서 시사점을 주는 것들이 있다.(*5) 이 기사들을 분석하면 전세계 음악산업의 현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몇 가지를 알아챌 수 있다. ⓛ 현재 전세계적으로 ‘음악산업’은 대략 보합세이다. 기존의 ‘음반시장’이 감소하고 있지만 신규 ‘음원시장’이 음반시장의 감소를 벌충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출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기라고 본다. ② 음반산업은 2000년을 정점으로 위축되고 있는데, 2005년의 매출은 2000년에 비해 25%나 급감했다. ③ 음반산업이 급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반 판매방식을 다양화해 부진에서 탈피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④ 음반을 구매하는 경로의 변화는 타워레코드와 같은 전문 음반판매점의 경영에 큰 타격을 주었다.(*6)
위에서 요약한 내용을 보면 한국 음악산업의 경우 전세계 음악산업과 몇 가지 점에서 차이점을 갖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음반시장의 급락세 부분이다. 전세계적으로 음반시장이 현재 불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처럼 시장이 ‘몰락’한 경우는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2000년에서 2005년에 이르는 동안 시장 감소는 25% 선이다. 그러나 1990년대 세계 음반시장 10대 강국에 들었던 한국만 유독 그 기간에 75%의 시장 감소를 보였다.(*7)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 부분에 대해서 정확한 분석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들 “전세계적으로 음반판매가 둔화되고 있다”라는 말을 하면서 한국음반시장의 붕괴를 ‘일반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하고 있고, 더욱이 ‘인터넷 강국’이란 사실로 오프라인 음반시장이 더욱 빨리 급락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거기다가 ‘네티즌의 도덕적인 불감증’이 여기에 한몫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2000년에서 2005년에 이르는 동안 시장 감소가 75%에 달한 실증적인 자료만 있을 뿐 여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아직까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즉, 아직도 우리는 ‘한국 음악산업의 위기 요인’을 제대로 논한 적이 없었다는 말이고, 이는 결정적으로 몇 가지 ‘사실’을 간과한 채 논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한국음반시장 붕괴와 관련해서 여러 사람들과 논의를 할 때 내가 가장 궁금해 하는 점들 중에 하나는 왜 사람들이 “1990년대 세계 음반시장 10대 강국에 들었던 한국만 유독 그 기간에 75%의 시장 감소를 보였다”는 점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이 이유를 단지 “한국이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해서 불법으로 음악공유를 하기에 편리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특히 네티즌의 도덕적인 불감증이 온라인을 통한 불법 음악공유를 부채질했고, 이는 오프라인 음반판매 감소로 이어졌다”라는 기존 ‘정설’로 풀기에는 뭔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온라인을 통한 불법 음악공유’가 단지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한국의 네티즌만 유독 ‘도둑 심보’가 심각하다는 주장도 억측으로 보인다.
또한 영미권의 경우 음반판매 시장이 균등하게 무너진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일례로 타워레코드와 같은 오프라인 전문 음반판매점들의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이지,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월마트나 타겟, 코스트코와 같은 오프라인 대형 할인점들은 그리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음반을 구매하는 경로의 변화에 따른 것이고, 그래서 음반사들은 음반산업이 급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반 판매방식을 다양화해 부진에서 탈피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해외 음악산업 중에서 음반시장과 관련한 큰 줄기의 현황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음악산업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현재는 음반시장이 몰락했고, 공연시장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한국적인 상황’에 따른 ‘특수한 경우로 국한된’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는 분명히 “1990년대 세계 음반시장 10대 강국에 들었던 한국만 유독 2000년에서 2005년에 이르는 동안 75%의 시장 감소를 보였다”는 사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먼저 제시하지 않으면 정작 지금 구하려고 하는 ‘위기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6) 월마트나 타겟, 코스트코와 같은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CD 매출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타워 레코드와 같은 전문 CD 숍은 1/4이 채 안 되는 시장을 놓고 생존 경쟁을 펼쳐야 했다.
(*7) 한국 음반시장은 2000년에 4000억원 대에서 2005년 1000억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3. 위기의 음악산업에 대한 해법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한국 음반시장의 위기, 더 나아가서 한국 음악산업의 위기는 지극히 본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아래와 같은 점들이 한국 음악산업에서 본질적인 문제들 중에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 다양하고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는 비주류 음악시장의 시장지분이 너무 작아서 건강하고 발전적인 음악산업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
■ 비주류 음악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홍보와 유통 부분에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데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
■ 대중음악 정책과 산업을 논의할 때 ‘사업’만 있지 ‘예술’은 없다는 점.
■ 주류 음악시장에서 역량 있는 음악창작자들이 발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현재 한국은 음반시장, 공연시장에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음반시장의 붕괴가 뮤지션(앨범 아티스트)들을 위기로 몰고, 근본적으로 음원시장은 시장에 다양한 음악소스들이 존재할 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장차 뮤지션들의 위기는 음원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도 등장할 공산이 크다. 지금 한국의 음악사업자/정책가들은 한치 앞만 바라보고 음반시장과 뮤지션의 곤란함을 도외시 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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