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ves - Firesuite
개인이 만든 자작 MV인 듯.. (감사)
keyword 1 : Manchester
돌이켜 보건대, 국내 팝 음악 팬들에게 99년의 영국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실은 '상당히' 괜찮았다. 트래비스의 [The Man Who]가 애초의 역반응을 뒤집으며 바야흐로 대박을 터뜨린 것도 그때였고 베이스먼트 잭스가 [Remedy] 앨범으로 그해 댄스계 최고의 신인으로 자리잡은 것도 그때였다. 데이빗 그레이, 콜드플레이, 크레이그 데이빗, 뮤즈, 배들리 드론 보이 등도 모두 그 무렵 심상찮은 낌새를 보이며 등장하거나, 혹은 상승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디 팬들에게 있어서 그 시기에는 또다른 의미에서 더듬이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오아시스 이후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일이 뜸하던 단어, 맨체스터였다. 맨체스터라는 지역이 총체적으로 영국 대중 음악사에서 어떤 위치를 갖는가를 작정하고 말하자면 이 지면으로선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실 여기서 논할 계제도 아니므로 부득이 거개 생략할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최근 영국에서도 화제 속에 개봉중인 영화 '24 Hour Party People'이 거의 통째로 매드체스터(혹은 팩토리 레이블 혹은 헤이시엔다 클럽) 트리뷰트를 바치다시피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그곳은 허먼즈 허미츠, 10cc, 조이 디비전, 뉴 오더, 스미스, 더 폴, 버즈콕스, 스톤 로지스, 오아시스, 심지어 테이크 댓에 이르기까지 스타일과 장르를 불문한 거물과 인기 팀들을 다수 배출한, 영국 팝록 사상 만만치 않은 유산을 보유한 중요한 지역(locality)이다. 이렇게 자타가 공인하는 전통을 안은 맨체스터가, 새 천년으로 바뀌는 당시에 하나씩 꺼내보이기 시작한 신인들은 특히 인디 팬들을 적잖이 흥분시킬 만한 것이었다; 알피, 몽골피에 브러더스, 헤이븐, 아이 앰 클룻, 엘보우, 배들리 드론 보이(데이먼 고프) 등. 이들 중 배들리 드론 보이가 2000년도 머큐리 뮤직 어워드를 거머쥐는 형태로 가장 가시적인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지만, 어떤 면에서 이것은 조금쯤 불합리한 처사이기도 했다. 그것은 또 하나의 맨체스터 출신 신성, 도브스를 제친 수상이었던 것이다.
keyword 2 : Lost Souls
사실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도브스의 첫 앨범이자 전작인 [Lost Souls]는 국내발매되었어야 했다. 이 앨범은 데뷔 앨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완숙한 솜씨와 충분히 가다듬을 줄 아는 호흡의 완급 조절, 그리고 대곡 취향과 대중적인 멜랑콜리를 모두 아우르는, 막말로 '익을대로 익은' 상태로 도착한 풋내기들의 앨범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실제로 풋내기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90년대에 섭 섭(Sub Sub)이란 이름으로 댄스 뮤직을 만드는 것으로 직업 음악인으로서의 첫 발을 뗐던 것까지 계산하면 이들은 벌써 음악계 활동 10년을 넘는 소위 '노땅'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캐리어가 가장 유니크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로, 이들은 그렇게 일렉트로니카 하우스에서 인디 록으로 드라마틱한 업종전환을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는 물론 당사자들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던 내외부적 계기가 작용했겠지만, 그런 외양의 변화와는 별도로 멤버가 그대로 함께 탈바꿈(아니면 진화?)하는 이와 같은 사례는 목격하는 입장에서는 일종의 스펙타클이었다.
그리고 설상가상 이들이 이 도브스로서 만든 음악은 더 스펙타클이었다. 어떤 곳에서는 차라리 '에픽'이라고까지 표현하는 도브스의 사운드는 [Lost Souls]에서 훌륭하게 천변만화하는데, 그 면면은 'Firesuite'와 'Cedar Room'의 장려함으로, 'Break Me Gently'와 'The Man Who Told Everything'의 애수로, 'Here It Comes'와 'Catch The Sun'의 위풍당당함 등으로 나타났다. 이 앨범의 열 두 곡 중 다섯 곡이 싱글로 발표되었고, 앨범은 그해 각종 결산과 수상 행사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수상 여부를 떠나 데뷔 앨범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수확이라 할 만했다. 뭐 꼭 이런 공식적인 기록을 들추지 않더라도, 'Here It Comes'나 'The Man Who Told Everything' 같은 곡들마저 국내에서 충분히 들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여전히 수수께끼로 느껴질 만큼, [Lost Souls]의 품질은 간단치 않은 것이었다.
keyword 3 : Doves
도브스는 지미 굿윈(메인 보컬/베이스), 제즈 윌리엄스(기타/보컬)와 앤디 윌리엄스(드럼/보컬) 형제로 구성된 트리오이다. 전술했다시피 이들은 섭 섭이라는 댄스 액트로 먼저 활동했었다. 그러나 그 전부터 이들은 친구 사이로, 킹 크림즌과 스미스, 뉴 오더,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함께 듣거나 커다란 스피커로 노래를 틀며 동네를 돌아다니던 십대들이었다. 그러다가 앤디는 디자인 학교로, 제즈는 메트로 트리니티라는 밴드 생활로, 그리고 지미는 해적판 공연 티셔츠 판매상 일로 각자의 길을 걷느라 잠시 떨어지게 되었으나, 그 몇 년 후 이들을 다시 불러모은 것은 저 유명한 팩토리 레이블의 헤이시엔다 클럽과 그곳을 발원지로 하여 솟구쳐오른 매드체스터의 물결이었다. 이들은 함께 소위 E(엑스터시) 문화에 원없이 흠뻑 빠져 헤이시엔다 클럽을 제 집 드나들 듯 했는데, 이것은 종내 섭 섭의 결성과 그 이름으로 내놓은 댄스 싱글 'Ain't No Love (Ain't No Use)'의 깜짝 성공으로 이어졌다. 업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전영 차트 3위라는 놀랄 만한 성적을 낸 그 싱글의 성공 덕에, 이들은 주머니에 3파운드도 채 없던 처지에서 일약 자신들의 스튜디오를 짓는 경지에 이른다.
그러나 불행은 그 다음부터 차례대로 찾아왔는데, 그 첫 번째는 이들이 만든 데뷔 앨범의 실패였고, 그 다음은 그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이었다. 이들은 (화이트 레이블 음반들로 대변되는) 익명성에 기초한 댄스 액트이면서(-인 주제에?) 스스로는 록 그룹의 단단한 유니트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즉 다시 말해 디제이가 아니라 록 그룹의 자세로 댄스 '앨범'을 만들었단 얘긴데, 자신들이 예전부터 들어왔고 또 좋아했던 음악적 영향력(거의 밴드들)으로 보아 그들로선 당연한 자세였지만 음악적으로는 혼란만 가중시킨 결과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다시금 철퇴를 가한 것은 자신들이 그렇게 칭송해 마지 않았던 행복한 엑스터시 컬처가 헤이시엔다 클럽의 쇠퇴와 더불어 점점 험악해진 데 따른 스스로의 환멸로, 해피 드럭이라는 엑스터시로 드디어는 사망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하고 갱들이 클럽에 출몰하여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 상해를 입히기 시작하면서, 이들에게 더 이상의 '사랑의 여름'은 없었다. 거기에 이번에는 'Ain't No Love' 싱글이 벌어준 돈으로 마련했던 그들의 스튜디오가 화재로 전소되어, 그룹은 그전까지 작업하고 있던 녹음물은 물론 기자재까지 몽땅 잃는 사고를 겪는다. 이들이 섭 섭에서 도브스로 스스로를 재생산하게 되는 지점은 여기였다. 이들은 미련없이 기타와 드럼과 베이스를 들고 [Lost Souls]의 작업에 들어갔고, 창문 하나 없는 폐소공포증적인 뉴 오더의 옛 스튜디오에서 거의 해를 넘기면서 편집광처럼 곡들에 매달렸다. 이 과정은 정말로 편집증을 유발했는지 이들은 도중에 거의 한번 해산할 뻔도 하였으나, 이것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 놓은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번엔 롭 그레튼(뉴 오더의 매니저)의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그는 맨체스터 씬의 거물이기 이전에 섭 섭 초기에 이들의 음반을 내 주도록 도와준 도브스의 은인이기도 했기에, 이런 그의 죽음은 밴드의 태도 뿐만 아니라 작업 중이던 그들의 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몇 년 동안에 걸쳐 만들어진 2000년반 [Lost Souls]의 사운드가 갖고 있는 그 속 깊은 어두움과 멜랑콜리는 그런 점에서 그 모든 (pre-)도브스의 농축된 연대기에 다름 아니었다. 롭 그레튼은 밴드가 명명한 바 버려진(죽은) 영혼들, 즉 'lost souls' 중의 한 명으로서 앨범에 트리뷰트되어 있다.
(후략)
(글: 성문영moonriver.ca.to, 제공: EMI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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