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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고이는 이야기

앙리 조르주 클루조 - 까마귀

by 심홉 2006. 10. 12.


<까마귀(Le Corbeau,1943)>프랑스 미스테리 걸작



클루조 감독의 대표작인 <까마귀>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범죄물이다.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익명의 편지가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집단적 혼란상태로 빠져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 드리워져 있는 암울한 분위기는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당시 여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결국 이 작품 이후 2년간 활동을 금지 당한다. 지금은 프랑스 영화사에 남는 명작으로 꼽히고 있다.

프랑스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의 의사인 '제르맹'에게 익명의 편지가 날라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가 불법낙태시술을 했으며 동료의사인 '보르제'의 부인과 밀애를 즐긴다는 이 편지에는 '까마귀(le Corbeau)'라는 서명이 있을 뿐이다. 이후 까마귀가 보내는 편지는 마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내지고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내용들, 특히 '제르맹'을 비난하는 내용들이 편지를 통해 여론으로 퍼져나간다. 마치 '연예인X파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우리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과연 그런 엄청난 소문들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밝혀지기 이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은 혼란을 격게 되고, 그 집단적인 패닉상태를 정교한 시나리오와 치밀한 연출력으로 작품화시킨 것이다. <까마귀>는 실로 미스테리 장르의 걸작이며 대중적인 감각까지 겸비한 재밌는 영화이다.

앙리 조르주 클루조 (1907~1977)

클루조 감독은 2차대전 중에 시나리오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고 1942년에는 <암살자는 21번지에 산다>라는 작품으로 감독 데뷰를 한다. 그의 대표작인 <까마귀> 1943년에 당시 독일 점령하에서 독일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까마귀>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겸비한 수작이었지만 독일에게 함락된 프랑스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춰냈다는 이유로 이후 자국내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해방 후 제작한 <파리경찰청(1947)>도 역시 프랑스인의 악덕과 비열함 등을 들춰내는 뛰어난 형사물로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며 어두운 세계관을 스크린에 재현해 내는 작업을 계속 진행한다.

주로 범죄물이나 형사물에 편중되었던 그의 영화세계는 <파리경찰청> 이후에는 비교적 다양한 장르로 확산된다. 96년에 샤론 스톤 주연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한 <디아볼릭크(1954)>는 여성이 주인공인 심리스릴러물이며, 피카소의 작업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은 <피카소의 미스테리(1956)>는 영화 이상의 가치가 있는 예술작품이다. 또한 히치콕에 필적할 만한 서스팬스의 경지를 보여준 <공포의 보수(1953)>는 프랑스적인 벽을 넘어서며 세계적인 걸작으로 남아 있다.

클루조 감독은 2차대전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이 프랑스인을 너무 냉소적으로 그려내서 한때 -프랑스주의자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으나, 다양한 장르에서 발휘된 영화적 재능은 후배 영화인들에 의해서 재조명되어 지금은 히치콕과 대등한 위치에서 인정받고 있다.




DVD IN LIFE - DIF REVIEW의 구디구디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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